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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설렘과 걱정스러움을 같이 안고

입력
2018.10.03 11:0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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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나라를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랄까 느낌이 교차됩니다. 남북관계를 생각하면 놀라움, 기쁨, 뿌듯함, 자랑스러움, 설렘, 걱정스러움 등의 생각과 감정이 일어납니다. 우리 대통령이 평양에 간 거야 앞서 두 차례 있었기에 대단한 것도 놀랄 것도 아니지만, 우리 대통령이 평양 시민 앞에서 적이 아닌 한 민족으로 민족의 평화와 번영에 대해 연설을 하고, 남북의 두 정상이 같이 백두산을 올라 천지에 손을 담그며, 전에는 서로 적이라고 최선봉에서 외치던 남북의 국방 책임자들이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을 없애자는 협약을 맺는 것 등은 놀라움을 금할 수 없게 합니다. 기쁨이나 뿌듯함이나 자랑스러움은 이런 놀라움에 이어지는 느낌입니다. 잃었던 형제를 찾아가는 기쁨, 깨진 평화를 이루어가는 기쁨에다가 그것을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 일구었다는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입니다. 너무 찔찔 눈물을 짤 것 같아 그리고 너무 신파극처럼 보이는 것이 싫어서 저는 일부러 긴 시간 자세히 보지 않았지만 이산가족 상봉의 기쁨이 그것이요, 아시안 게임에서 한 팀으로 농구를 하고 특히 조정 경기에서 남북의 선수들이 한 배를 타고, 한 신호와 구령에 맞춰 노를 저어 결승점에 도달하는 장면은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하는데도 감동의 눈물을 아니 흘릴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한 배를 탄 한 운명공동체이고, 같은 목표를 향해 같이 혼신의 힘을 다해 나아가야 할 우리 민족을 상징하기 때문에 그랬을 것입니다. 여기에 이어지는 감정이 설렘과 걱정스러움인데 이렇게 계속 가면 종전선언이 이뤄지고, 평화조약이 맺어지지 않을까 하는 설렘이요, 이런 설렘이 허망함으로 바뀌지 않을까 하는 걱정스러움이지요.

실로 우리의 또 다른 현실과 처한 상황을 보면 걱정스러움이 없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설레며 염원하는 것이 이것을 시기하는 안팎의 세력들에 의해 깨어질까 두려워하고 걱정하는 것이지요. 저는 지금 남북의 책임자들이 평화를 향해 협력을 하고 나아가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품거나 방식에 있어서 반대를 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더 나아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왜냐면 그런 것이 없다면 그것은 전체주의나 독재국가에서나 있는 거라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고, 같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반대를 통해 협력하는 사람이나 세력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주변 나라들은 우리 민족이 하나가 되고, 힘을 갖게 되는 것을 원치 않고, 두려워하거나 시기하기까지 할 것입니다. 특히 어떤 나라(?)는 더 그러할 것입니다. 걱정하는 것은 우리의 역사, 특히 구한말에 경험했듯이 우리의 운명과 염원이 주변 열강들에 의해 좌절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지요. 주변 나라들이 뭣을 하건 우리나라를 위해서 하겠습니까? 다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서 하지요. 그러니 통일과 한반도의 평화를 이를 시기하는 나라나 자기들이 이익이나 찾는 나라에 맡기거나 의지해서는 안 되고, 정신을 차려 남북이 힘을 이루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에 더 문제는 주변 나라들이 아니라 한반도의 동서남북이 어떻게 힘을 합칠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이제 가까스로 남북이 힘을 합치려고 하는데 언제 이것이 깨어질지 모릅니다. 외풍에 의해 깨어질 수도, 남풍과 북풍, 동풍과 서풍에 의해 깨어질 수도 있습니다. 주변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민족이 하나 되고, 평화 이루는 것을 염원치 않고 자기의 이익이나 챙기며, 정치적으로 시기하는 무리들이 북에도 있고 남에도 있습니다. 이것이 진짜 걱정 중의 걱정입니다. 평화를 추구치 않고 권력을 추구하는 무리, 공동선을 추구치 않고 자기의 이익을 탐하는 세력이 우리 안에 있다는 것에 정신 차리고 깨어있어야 하는 요즘입니다. 김찬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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