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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감성 언어

입력
2018.09.30 10:08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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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득하다’와 ‘그득하다’는 말의 의미는 같지만 말의 느낌, 즉 뉘앙스는 조금 다르다. ‘가득하다’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빈 데가 없을 만큼 사람이나 물건이 많다’의 의미인데 비해, ‘그득하다’는 ‘빈 데가 없을 만큼 사람이나 물건 따위가 아주 많다’의 의미를 지녀 두 단어의 의미는 같지만 ‘그득하다’가 ‘가득하다’보다 의미가 강조된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득하다’는 ‘가득하다’보다 의미만 강조된 것뿐 아니라 단어 속에 감성이 담겨있음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실제로 ‘그득하다’라는 단어는 시나 수필과 같은 감성적인 글에서 ‘양 볼에 심술이 그득한 아기가 나를 보고 코를 찡긋찡긋한다’처럼 사용된다.

비슷한 예로 ‘두껍다’와 ‘두툼하다’의 예를 들 수 있다. ‘두툼하다’의 사전적인 의미는 ‘꽤 두껍다’인데, ‘두툼하다’ 역시 말 속에 감성이 담겨있어 ‘낡은 수도관에서 나오는 물소리처럼 낮고 두툼한 기도가 터져 나왔다’와 같은 감성적인 표현에 주로 사용된다.

이외에도 ‘낮다’와 ‘나지막하다’, ‘크다’와 ‘커다랗다’, ‘작다’와 ‘자그마하다’, ‘얕다’와 ‘야트막하다’, ‘멀다’와 ‘멀찍하다’ 등의 단어 조합에서 전자는 느낌이 없는 이성적인 말인데 비해 후자는 느낌이 있는 감성적인 말임을 알 수 있다.

감성적인 말들은 음성언어로 표현할 때에도 감정을 실어 발음해야 말맛을 제대로 살릴 수 있다. 즉 어근에 해당하는 ‘그득-’ ‘두툼-’ ‘나지막-’ ‘커-’ ‘자그마-’ ‘야트막-’ ‘멀찍-’을 발음할 때 ‘그드윽’ ‘두투움’ ‘나지마악’ ‘커어’ ‘자그마아’ ‘야트마악’ ‘멀찌익’처럼 음의 길이를 길게 발음하면 느낌을 살려 말할 수 있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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