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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학 칼럼] 트럼프의 자멸적인 팔레스타인 정책

입력
2018.10.01 02:38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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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 9월초 학교 및 보건 등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위한 유엔난민구제사업기관(UNRWA)의 각종 지원사업에 제공하는 자금을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동 예루살렘 병원 6곳에 대한 2,500만 달러의 자금지원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들 병원의 대부분 환자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다. 최근에는 미 국무부가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의 워싱턴 대표부를 조만간 폐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는 1948년 이스라엘 정부 수립과 함께 떠나야 했던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의 권리 요구를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목표달성은 어려울 것이다. 반대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의 핵심 이슈를 둘러싼 합의의 가능성만 낮출 것이다.

트럼프는 이미 이 작전을 시도해 본 적이 있다.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는 유엔주재 니키 헤일리 대사를 통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는 데 반대하는 국가들에게 재정압박을 가하겠다고 위협했다. 하지만 유엔 회원국들은 압도적인 표차로 그 결정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팔레스타인을 직접 위협하기 위해 재정적 협박을 사용하는 것은 훨씬 더 현명하지 못한 방법일 수 있다. 팔레스타인 분쟁의 결과에 대한 개인적 관심에 비추어 볼 때, 협상가들은 이미 국민 감성과 열망을 존중하고 미묘한 접근 방식이 필요한 까다로운 루트를 택하고 있다.

비즈니스 세계라면 금융 지렛대를 효과적으로 사용해서 어려운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다. 그러나 국제 외교 무대에서 돈을 이용해 특정 목적을 달성하려는 조잡한 시도는 보통 반대의 결과로 나타난다. 위협을 받는 사람들로 하여금 더 극단적인 입장을 취하도록 강요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거래에 대한 협상이 아닐진대, 그 결과는 일부 투자자들을 기쁘게 하고 다른 사람들을 실망시킬 뿐이다. 중요한 것은 존엄성, 정체성, 인권이다. 이런 경우의 결과는 전체 인구의 삶과 미래를 결정짓게 된다.

공개적 협박은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같은 온건파들까지도 강경 여론을 주도하도록 내모는 역할을 한다. 수년에 걸쳐 압바스는 폭력적인 저항에 반대해왔으며, 비무장 독립 팔레스타인 국가의 전망에 전례 없는 유연성을 보였으며, 반환권 등 논란이 되는 문제들에 대해 타협하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무모한 괴롭히기 전략으로 인해 그러한 양보는 불가능해졌다. 국가의 자존심을 손상시키지 않는 공정하고 공평한 방식으로 협상이 이루어졌다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납득시키는 게 더 이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팔레스타인 국민들도 반환권을 부인하는 것은 패배로 받아들일 것이다.

만약 위협에 굴복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특히 팔레스타인이 타고난 권리를 포기한다는 의미가 된다면, 팔레스타인 지도자는 협상이 기술적으로 훌륭한지 여부를 떠나 어떠한 것에도 동의할 수 없게 된다. 미국은 위협을 공개하자마자 자멸적 상황에 빠진 셈이 됐다.

지난 반세기 동안 가장 중요한 두 개의 중동 평화 협정인 1978년 이스라엘과 이집트 사이의 캠프 데이비드 협정과 19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오슬로 협정은 협상이 비공개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성공했다. 협상가들은 비공개 상황에서 감정적 여론 등의 굴곡을 극복할 수 있었고, 공적 무대에서도 방어할 수 있는 공정한 타협을 완성된 형태로 이끌어낼 수 있었다.

비밀 협상이라도 타협은 공정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정치 현실주의라는 미명하에 약자인 팔레스타인측으로 하여금 불공평한 입장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할 수는 없다. 타결이 합의됐더라도 여전히 폭넓은 대중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조건들이 지나치게 일방적이라면 거래는 붕괴되고 말 것이다.

이런 결과를 피하기 위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한 회담은 오랫동안 장기간 수용된 참고 사항들에 기초해야 한다.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은 예루살렘 통합을 수용하고 제한된 수만 이스라엘로 돌아갈 수 있다는 난민 합의에 동의하며 규모와 종류가 같은 토지 교환에 합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까다로운 이슈에서 기꺼이 타협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그러한 타협은 단지 동 예루살렘을 수도로 하고 1980년 이전 국경선에 부합하는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의 설립을 포함하는 평화 정착의 맥락 안에서 이루어 질 것이다. 그것이 이해당사자들이 염두에 둬야 할 기본 체계다. 첫 단계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뿐 아니라 중재자인 제3자까지 포함한 신뢰의 회복이다. 만약 미국이 노골적인 친이스라엘적인 편견을 고집한다면 미국은 신뢰할 수 있는 중재자로서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

팔레스타인 국민은 이주, 점령, 장기화된 포위작전에서 살아남기 위해 엄청난 희생을 치른 자랑스러운 사람들이다. 협박에 굴복해 미국-이스라엘의 강권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관련 당사자들이 근본적인 현실을 인식해야만 평화협정이 가능할 것이다.

다우드 쿠타브 팔레스타인 언론인ㆍ전 프린스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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