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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극찬한 대법관 후보 ‘미투 폭로’에 낙마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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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극찬한 대법관 후보 ‘미투 폭로’에 낙마 위기

입력
2018.09.17 18:34
수정
2018.09.18 09:2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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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렛 캐버노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고교 시절 '강간 미수' 의혹과 관련, 피해 여성이 침묵을 깨고 자신의 신원을 공개하며 공론화에 나섰다. 민주당이 철저한 진상조사가 먼저라며 20일 예정된 임명 동의안 표결 절차를 연기한 가운데 공화당 일부 의원들마저 동조하고 나서 캐버노 후보자의 인준은 불투명해졌다. 사진은 지난 6일 미 상원 법사위원회 인준 청문회장의 캐버노 지명자. 워싱턴=AP 연합뉴스
브렛 캐버노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고교 시절 '강간 미수' 의혹과 관련, 피해 여성이 침묵을 깨고 자신의 신원을 공개하며 공론화에 나섰다. 민주당이 철저한 진상조사가 먼저라며 20일 예정된 임명 동의안 표결 절차를 연기한 가운데 공화당 일부 의원들마저 동조하고 나서 캐버노 후보자의 인준은 불투명해졌다. 사진은 지난 6일 미 상원 법사위원회 인준 청문회장의 캐버노 지명자.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사들의 판사”, “믿을만한 보수”라고 극찬한 브렛 캐버노(53) 연방 대법관 후보자가 고교 시절 성폭행을 시도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워싱턴 정가가 들썩이고 있다. 당장 캐버노 후보자의 대법관 인준이 불투명해졌고, 11월 중간선거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대형 악재로 떠올랐다. 측근들의 배신과 백악관 내부 난맥상으로 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한번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꼴이 됐다.

◇피해 여성 “상원 법사위서 증언하겠다”

지난 주부터 소문만 무성하던 캐버노 강간 미수 사건에 대해 16일(현지시간) 피해 여성이 직접 입을 열었다. 캘리포니아 팔로앨토 대학 심리학과 교수인 크리스틴 포드(51)는 이날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1980년대 초 메릴랜드 주의 한 집에서 열린 모임에서 술에 취한 캐버노가 자신을 강제로 침대에 눕힌 뒤 몸을 더듬고, 강압적으로 옷을 벗기며 성폭행을 시도했다고 폭로했다. 포드는 “비명을 지르려 하자, 손으로 입을 막았다”며 “그가 나를 우발적으로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포드는 지난 7월 캐버노가 대법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민주당 소속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 법사위원에게 이같은 내용을 제보했지만, 사생활이 노출되는 부담 때문에 공개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주 파인스타인 의원에게 제보한 내용이 일부 언론에 보도된 이후, 캐버노가 “사실 무근”이라고 잡아 떼고 공화당이 캐버노를 옹호하는 여자 동창들의 편지까지 공개하며 여론전을 펼치자, 직접 나서기로 결심했다. 그는 “나의 시민적 책무가 보복에 대한 괴로움과 공포보다 앞선다”고 말했다. 포드의 변호를 맡은 데브라 카츠는 17일 미 CBS ‘디스 모닝’에 출연해 “포드는 상원 법사위원회에서 모든 이야기와 혐의점을 설명하고 그들이 잘 알고 결정을 내리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할 것”이라며 포드의 증언 의사를 밝혔다.

◇중간선거 역풍 불라… 공화당 의원들 전전긍긍

민주당은 20일로 예정된 상원 법사위의 대법관 인준 투표를 연기해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피해자의 구체적인 증언이 나온 만큼 연방수사국(FBI) 등의 조사로 진상규명에 나서는 게 우선이란 입장이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의원은 “매우 심각하고 구체적인 혐의가 제기된 만큼 최소한의 수사가 이뤄지기 전에 표결은 불가하다”고 못 박았다.

공화당 지도부와 백악관은 일단 정면 돌파하겠다는 입장이다. 피해자의 기억에만 의존한 30여년 전 사건이어서 증거가 불충분하고, 뒤늦게 폭로가 터져 나온 점 등에서 정치적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고 반박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백악관 관계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캐버노를 끝까지 안고 갈 것이라고 전했다. 캐버노를 합류시켜 연방 대법원의 보수 우위 구조(보수 5명, 진보 4명)를 만들겠다던 공약을 지켜 보수 지지자들을 붙잡아 두겠다는 심산이다.

그러나 공화당 내부에서도 반란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어 인준 투표가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공화당 소속 제프 플레이크 상원 법사위원은 “피해자 이야기를 더 듣기 전까지 임명동의안 투표는 진행해서 안 된다”며 민주당 입장에 동조했다. 현재 11명의 공화당 의원과 10명의 민주당 의원으로 구성된 상원 법사위에서 단 한 명의 공화당 의원이라도 이탈하면 인준 투표는 연기된다.

공화당 소속인 두 명의 여성 법사위원들의 선택도 변수다. 수전 콜린 및 리사 머코스키 의원은 낙태 합법화를 뒤집으려는 캐버노의 노선에 반기를 들어왔다. 이들은 표결 연기에 대한 공개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미국 언론들은 중간선거 표심을 의식해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언론은 미투 운동으로 사회적 성 의식과 도덕성에 대한 기대가 한껏 높아진 상황에서 ‘강간 미수’ 꼬리표가 붙은 대법관이 여론의 문턱을 넘긴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 입장에선 ‘토머스 악몽’도 떠올리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1991년 당시 조지 H. 부시 대통령이 지명한 클레런스 토머스 대법관도 부하 여직원 성 추문 의혹이 불거졌지만 공화당의 엄호 끝에 인준이 강행됐다. 이후 반발 여론이 들끓으며 이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여성 의원들의 대거 당선으로 이어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캐버노 변수가 공화당의 중도파 상원의원들에게 심대한 압박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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