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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북스토리] 소 미역 먹는 소리 말고, 덜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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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북스토리] 소 미역 먹는 소리 말고, 덜먹자

입력
2018.09.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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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공장에 갇혀 꼼짝 못하고 계속 서서 일하는 소들. 게티이미지뱅크
축산공장에 갇혀 꼼짝 못하고 계속 서서 일하는 소들. 게티이미지뱅크

아침저녁 선선한 바람에 얼마 전에야 여름이 끝났다는 걸 실감했다. 긴 여름이었다. ‘북극곰을 생각해서 에어컨 틀지 않을 거야!’ 외치며 살았지만 올 여름엔 그러다가 내가 죽을 것 같았다. 별 수 없이 전력을 꿀꺽꿀꺽 먹어 삼키면서 대기로 열을 내뿜는 에어컨을 끼고 살았다. 지구 전체가 이상 기후로 몸살을 앓았다. 지구온난화의 결과는 잦은 자연재해와 동식물의 멸종이다. 폭염 끝에 이어진 폭우를 겪으니 이게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지구온난화에 대해서는 ‘지구온난화는 사기’라는 주장부터 지구에 해롭지만은 않다는 이론까지 여러 시각이 존재하지만 온도 변화가 지금처럼 급격하다면 거기에 적응할 생명체가 얼마나 될까. 같은 인간 종이라도 돈과 힘을 가진 자와 없는 자가 당하는 강도 또한 다를 것이다.

심해지는 이상기후에 지구온난화의 원인을 찾고 대책을 마련하려는 연구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공장식 축산도 지구온난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공장식 축산은 동물학대 문제, 배설물로 인한 환경 문제도 심각하지만 농장동물이 발생시키는 메탄가스도 문제이다.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20배 이상 지구를 뜨겁게 하는 온실가스이다.

축산농장의 실태. 게티이미지뱅크
축산농장의 실태. 게티이미지뱅크

소, 양, 염소 등의 반추동물이 방귀와 트림으로 방출하는 메탄가스(발표하는 연구마다 차이가 있지만)가 전체 메탄가스 발생의 약 40퍼센트를 차지하니 지구온난화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치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의 월드워치 연구소에선 고기 섭취를 25퍼센트만 줄여도 5~10년 내 기후변화를 예방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아, 고기 먹는 양만 조금 줄여도 될 일을 에어컨을 안 틀면서 땀을 삐질 흘리고 있었네.

특히 소가 메탄가스 방출을 많이 해서 덴마크 등에서는 소 방귀세를 도입하려고 했고, 메탄가스를 줄이는 마늘, 카레가루 등을 소의 사료에 첨가하는 시도도 했었다. 최근에는 소의 사료에 해조류를 첨가해서 먹였더니 메탄가스가 30퍼센트 줄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소를 좀 덜먹고, 사육 되는 수를 줄이면 될 것을 미역까지 먹이다니! 실소가 나오는 이런 시도들은 그만큼 식습관을 고치기 힘들다는 방증이 된다. 사실 나도 채식을 하려 애쓰지만 엄격하지 못하다. 학창시절 때부터 김떡순(김밥, 떡볶이, 순대)을 달고 살아서 종종 순대의 유혹에 넘어가고, 덩어리 고기는 먹지 않지만 육수로 만든 칼국수는 먹는다. 그게 무슨 채식이냐며 누군가 타박했지만 채식을 포기하는 것보다 낫다고 스스로 위안한다.

미국인은 1년에 100여 마리의 동물을 먹는다.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인은 1년에 100여 마리의 동물을 먹는다. 게티이미지뱅크

존 로빈스는 ≪음식 혁명≫에서 미국인은 1년에 보통 100여 마리의 동물을 먹는다고 했다(2001년도 책이니 지금은 더 늘었을 것이다). 한 명의 사람이 완전한 채식을 하면 100마리의 동물을 살리겠지만 100명의 사람이 조금씩 고기를 먹는 양을 줄여서 100마리를 살린다면 그게 더 좋지 않을까. 100명의 사람이 동물에 대한 연민이든 지구온난화에 대한 걱정 때문이든 스스로의 욕망을 자제한 것이니까. 인간이 고기를 먹는 일은 자연스럽다. 잡식동물이니까. 다만 현대의 동물 학대에 가까운 공장식 축산 방식을 통한 고기 생산은 자연스럽지 않다. 더럽고 좁은 공간에 생명체를 가두고 폭력적으로 고기를 얻기 때문이다.

자유롭게 들에서 살아가는 소들. 게티이미지뱅크
자유롭게 들에서 살아가는 소들. 게티이미지뱅크

영국의 솔개 둥지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로저먼드 영은 ≪소의 비밀스러운 삶≫을 통해 소가 자연스럽게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들려준다. 넓은 목초지에 백 마리가 넘은 소를 풀어놓고 자유롭게 풀을 뜯게 하고 하루에 한번 정도 잘 있나 살피는 정도만 관여한다. 그는 소를 개별적 삶으로 바라보고, 그들의 위엄을 지켜준다. 차 매연을 마시고 황홀경에 빠지는 제이크부터 인간의 손길을 거부하다가도 출산 등 도움이 필요할 때만 인간에게 다가오는 아라민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새끼들이 단짝 친구가 되자 어미들도 자연스럽게 친해진 넬과 줄리엣 등의 이야기가 빼곡하다. 소라고 이야기해주지 않으면 어느 평범한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 같다. ‘동물은 인간이 그렇게 만들 때만 불행하다’고 한다. 불행을 모르는 소들에게 미역까지 먹이면서 방귀 뀌지 말라고 하지 말고, 고기 조금 덜먹어서 소도 행복하고 지구도 건강한 쪽을 택하는 게 낫지 않을까.  

김보경 책공장 더불어 대표

<소의 비밀스러운 삶>, 로저먼드 영, 양철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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