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핵 프로그램 신고ㆍ검증’ 또 빠져… 폼페이오 “할 일 여전히 많다”

알림

‘핵 프로그램 신고ㆍ검증’ 또 빠져… 폼페이오 “할 일 여전히 많다”

입력
2018.09.06 18:33
수정
2018.09.07 14:44
5면
0 0

미국의 ‘시간표’ 요구에 첫 응답

북미 대화 재개 청신호 켜졌지만

핵심 갈등 요인엔 여전히 침묵

미국 언론도 “모호한 의지만 재언급”

김정은, 대북 특사단 통해

미국에 메시지 보냈는지 주목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5일 평양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을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접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5일 평양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을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접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대북 특사단 방북 결과로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에 일단 청신호가 켜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첫 임기 내에 북미관계 개선과 비핵화 실현의 의지를 표명하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도 6일(현지시간) 아침 트위터 메시지로 "힘을 모아 잘해보자"고 화답했기 때문이다.

북미 정상이 상호 신뢰를 재확인한 만큼 북미 협상이 급 물살을 타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다만 김 위원장이 재확인한 비핵화 의지가 여전히 모호하고 구체적인 조치에 대한 언급도 나오지 않은 것은 향후 상황 전개의 불리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 시기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내를 거론한 것은 미국이 그간 요구해온 ‘비핵화 시간표’에 대한 첫 응답이란 점에서 미 정부로서도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일 만한 대목이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년 내 비핵화”를 거론하며 압박하긴 했으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첫 임기 내’가 미국의 목표라고 여러 차례 언급해왔다. 친(親) 트럼프 매체인 폭스뉴스도 6일(현지시간) 특사단 방북 결과를 전하면서 김 위원장의 언급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후속 대화를 다시 정상 궤도에 올릴 수 있는 희망을 제시했다고 평했다.

김 위원장이 아울러 종전선언이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동맹 약화와는 무관한 것이라고 밝힌 것도 북미 대화 진전을 촉진할 수 있다. 김 위원장 발언이 북한 매체를 통한 공식 발표가 아니고 특사단을 통한 전언의 형태여서 무게감이 떨어지긴 하지만, 향후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뉘앙스가 담겨 있어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는 종전선언 이후 주한미군 철수를 의제화할 가능성이 높은 중국과 거리를 두겠다는 신호로도 해석될 수 있다.

문제는 북한이 종전선언에 상응하는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에 어느 정도 나설 지다. 미국이 요구해온 핵 프로그램 신고와 검증에 대해선 이번 방북에서도 구체적 언급이 나오지 않았다. 북미 협상을 막다른 곳으로 이끈 핵심 갈등 요인은 여전히 물음표가 남아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의 언급이 6ㆍ12 싱가포르 정상회담처럼 비핵화에 대한 모호한 의지만 재차 피력돼 새로울 것이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북미 협상이 모호하게 언급된 (싱가포르) 합의를 어떻게 이행할지를 둔 차이로 정체돼 왔다”며 “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를 어떻게 달성할지에 대한 단서를 거의 제시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도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의 수석 분석가 맬컴 데이비스의 말을 인용해 김 위원장은 미국이 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수용하겠다는 어떤 새로운 의향도 밝히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에 나설 준비가 됐다는 것이 분명해지면 대화를 재개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어 김 위원장의 모호한 언급만으로는 협상 돌파구가 마련되기는 어렵다. 다만 김 위원장이 대북 특사단을 통해 미국에 별도 메시지를 전하고, 이 비공개 메시지의 진정성이나 내용 수위에 따라 협상의 추동력이 마련될 수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메시지가 여전히 원론적 수준의 비핵화 의지만 표명하면서 종전선언을 요구하는 선이라면 북미간 줄다리기가 거듭될 수 밖에 없다. 북미간 답보 상태와 대조적으로 남북 관계만 진전되면 한미간 대북 공조 균열 논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인도를 방문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김 위원장이 지난 6월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속한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할 일이 여전히 산적하다”며 북한의 실질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그 동안 핵무기 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지 않았다”고 긍정 평가하면서도 “전략적인 전환을 위한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달 말 새로 임명된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오는 10~15일 한국 중국 일본 3개국을 처음으로 순방한다고 미 국무부가 밝혔다. 비건 대표는 가장 먼저 한국을 찾을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