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국 중 유일하게 전원이 프로
입대 미룬 선수들 대놓고 뽑아
AG 3연패에도 팬들 싸늘한 시선
“대표팀 선발 제도 바꿔야” 비판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이 우여곡절 끝에 아시안게임 3연패를 달성했지만 국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일부에선 처음부터 논란이 됐던 일부 선수들이 기어이 금메달을 따고 병역혜택을 받은 것에 더 분노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1994년 히로시마 대회부터 야구가 아시안게임의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야구대표팀이 이번만큼 팬들의 응원을 받지 못한 적은 없다.
우리나라는 이번 대회 참가국 중 유일하게 프로 선수들로만 팀을 꾸렸다. 이번 대회를 위해 KBO리그도 3주나 중단했다. 국가대표 전임감독으로 첫 종합대회에 나선 선동열 감독에게도 금메달이 꼭 필요했다. 팬들의 반감엔 ‘미필자 배려’ 논란을 자초한 오지환(LG)과 박해민(삼성)의 발탁이 결정적이었다. 둘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못 따면 현역으로 입대해야 하는 처지였다. 오지환의 소속 구단인 LG와 류중일 감독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오지환을 키운다는 명분으로 수 차례 군 입대를 만류해 온 LG는 직간접적으로 오지환의 대표팀 입성 필요성을 적극 홍보했고, 류 감독은 취재진에게 “내가 대표팀 감독이라면 오지환을 뽑는다”며 대 놓고 선 감독을 압박했다. 선수 발탁의 전권을 행사한 선 감독은 아마추어 선수는 단 한 명도 뽑지 않아 대학 감독들의 거센 반발 속에서도 결국 두 눈을 질끈 감고 둘을 불렀다. 아시안게임을 대놓고 프로 선수들의 합법적인 병역기피 통로로 이용한다는 비판은 더 크게 달아올랐다.
그렇게 시작한 대표팀은 설상가상으로 프로와 아마추어 선수가 섞인 대만과의 첫 경기에서 1-2로 패하는 등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싸늘한 시선에 불을 지폈다. 평범한 플라이볼도 잡지 못하는 우리나라 중학생 수준의 야구를 하는 나라들 상대로 프로 리그 각 팀 4번 타자들이 맞서는 모습은 보기 민망할 정도였다.
야구팬들은 차제에 이번 논란을 없애기 위해 아시안게임에는 프로 선수라 하더라도 24세 이하 등 연령 제한을 두든지 프로와 아마추어의 비율을 제도로 정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선수 선발을 도울 기술위원회의 부활 필요성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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