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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계규 화백의 이 사람] 국민 고통에 눈감은 ‘무능한 대통령’

입력
2018.08.24 15:00
수정
2018.08.24 18:53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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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반 정부 극우세력과 친미 세력들이 암살하려 했지만, 나는 살았고 승리했다.”

지난 4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수도 카라카스 시내에서 열린 국가방위군 창설 81주년 행사에서 경제회복 계획에 대한 연설을 시작하려던 찰나, “펑”하는 폭발음이 터지면서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다. 곧바로 몸을 피신한 그는 몇 시간 뒤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죽이려 든 배후 세력을 찾겠다며 핏대를 세웠다.

그가 목청 높여 건재를 부르짖는 사이에도 “이대로는 굶어 죽을 것 같아서”, “병원 치료 한번 못 받고 죽을까 봐” 라며 브라질과 에콰도르 등 인접국가로 탈출하려는 베네수엘라 국민 수천 명의 행렬이 이어졌다. 월급을 다 털어도 겨우 참치 캔 하나 살 수 있는 살인적인 초 인플레이션에 생필품과 의약품은 이미 동 난지 오래. 의사와 교사 공무원 등이 제일 먼저 짐을 싸면서 병원과 학교는 텅텅 비었고, 국가 기능은 마비됐다.

외침이나, 내전이 있었던 게 아니다. 석유 하나로 남미에서 한 때 가장 부자 나라였던 베네수엘라가 ‘실패국가(Failed State)’로 전락한 데는 국민이 아닌 대통령 본인의 안위를 챙기는 게 집권의 유일한 목적이었던 무능한 지도자 마두로가 있었다.

2013년 4월 마두로가 대통령 자리에 오른 이후부터, 베네수엘라의 경제는 내리막길의 연속이었다. 마두로는 유가 가격이 곤두박질 친 탓이라고 억울해하겠지만, 국제 유가는 최근 회복세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경제 문외한 마두로의 땜질식 포퓰리즘 정책이 경제난을 부채질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당장 새 화폐 단위를 찍어내고, 최저임금을 60배 인상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오히려 시장의 혼란은 커졌고, 물가 상승은 멈추지 않고 있다.

버스 기사 출신으로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열혈 지지자였던 마두로는 자신을 정치에 입문 시켜준 차베스를 ‘신’이라 부른다고 한다. 차베스도 생전에 “마두로는 베네수엘라 풀 뿌리 민주주의 표본”이라고 추켜세웠다. 두 사람은 만인이 평등한, 빈민도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언 했지만, 배가 고파 쓰레기통까지 뒤지던 국민들은 “과연 베네수엘라는 누구를 위한 나라냐”고 절규하며 떠나고 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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