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구마몬에 홀려…초록 아소산 거쳐 후쿠오카까지

입력
2018.08.11 10:00
0 0
눈은 호강하고, 맘에는 평화가 스민다. 주머니 속에 휴대하고 싶은 아소산 드라이브 풍경.
눈은 호강하고, 맘에는 평화가 스민다. 주머니 속에 휴대하고 싶은 아소산 드라이브 풍경.
엉덩이가 뜨거워! 전통적으로 가마를 메는 권리는 오직 남자들에게만. 후쿠오카의 ‘하카타 기온 야마카사’ 축제 중.
엉덩이가 뜨거워! 전통적으로 가마를 메는 권리는 오직 남자들에게만. 후쿠오카의 ‘하카타 기온 야마카사’ 축제 중.

한 나라를 여행하는 동기는 잡식성이다. 때론 스치듯 본 사진으로부터, 가끔은 염장 지르는 입소문으로부터. 우연히 일본 책방에서 사진 한 장을 보았다. 스모 선수 덩치의 흑곰 캐릭터가 자기 발톱만 한 스콘(흰 빵)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그 눈빛. 캐릭터의 이름하여 ‘구마몬’이란다. 구마모토현의 마스코트다. 그게 뭐라고, 곧 구마모토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동시에, 한 나라의 여행 동기는 무한히 확장하는 자율성이다. 잔가지를 잘 뻗어낸다. 여행의 루트를 스스로 찾는다. 구마모토에 마음이 가니, 활화산인 아소산이 탐났다. 후쿠오카엔 일본을 발칵 뒤집는 ‘하카타 기온 야마카사’란 축제가 벌어진단다. 눈꺼풀마저 눈물을 흘리는 무더위에, 큰 가마를 들고 행진을 하는 그 패기가 궁금했다. 눈이 호강하는 색의 변주였다. 구마모토 시내는 검은 그림자요, 아소산은 연둣빛 카펫이었으며, 후쿠오카는 총천연색 놀이터였다. 구마모토에서 후쿠오카까지, 더위 먹은 규슈 대장정은 그렇게 시작됐다.

구마몬과의 애정 드라이브, 구마모토 시내~아소산

무사 구마몬에서 레고 구마몬까지, 구마몬의 변신은 무죄.
무사 구마몬에서 레고 구마몬까지, 구마몬의 변신은 무죄.
규슈 지방의 얼굴마담인 구마모토 성. 지진의 참사는 사람에 의해 서서히 치유되고 있다.
규슈 지방의 얼굴마담인 구마모토 성. 지진의 참사는 사람에 의해 서서히 치유되고 있다.
풍경과 도로를 전세 낸 듯 국도는 고독하다. 그리고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다. 케니 로드에서.
풍경과 도로를 전세 낸 듯 국도는 고독하다. 그리고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다. 케니 로드에서.

규슈 지방은 일본의 4대 섬 중 가장 아래에 있다. 그 중 구마모토는 가고시마, 나가사키, 미야자키 등 6개의 현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충청북도 크기만한 지역이다. 역시 구마몬이 안방마님이다. 공항은 물론 식당, 주차장, 화장실 등에 출연해 구마모토 입성을 각인시킨다. 시내는 지난 2016년 대지진의 내상을 기억하고, 또 기록하고 있다. 화를 피하지 못한 구마모토성(城)을 중심으로, 병풍처럼 이어진 산의 품에서 시가지가 몸을 쭉쭉 세운다. 웬만한 즐길 거리는 굳센 도보로 가능하다. 저질 체력이라면, 트램과 버스의 혜택에 기댈 수 있다. 트램은 덜커덩 낭만을 업고 달리며, 버스는 구석구석을 다이내믹하게 연결한다.

구마모토에서 아소산으로의 외도는 렌터카가 답이다. 이동 시 내비게이션의 추천 경로는 무시한다. 고속도로를 거부할 권리가 충분히 있는 까닭이다. 굽이굽이 자연의 들숨과 날숨을 받아들인 국도는 드라이버의 피를 끓어오르게 한다. 이름하여 케니로드(Kenny road)다. 괄약근에 저절로 힘이 들어가는 좁은 도로가 허다하니, 초보 운전자는 가슴에 성호를 그리고 즐기시길. 아멘.

연둣빛 카펫으로의 초대, 아소산 일대

아소산 일대의 공통점. 잘생긴 조각 산과 연둣빛 카펫을 가르는 국도의 앙상블.
아소산 일대의 공통점. 잘생긴 조각 산과 연둣빛 카펫을 가르는 국도의 앙상블.
간헐적으로 차를 세울 공간이 있다. 아름다운 풍경을 소유할 배려의 자리다.
간헐적으로 차를 세울 공간이 있다. 아름다운 풍경을 소유할 배려의 자리다.
바람이 갈지자걸음을 부추기고, 유황 냄새는 콧구멍에 정확히 진격한다. 나카다케 분화구의 뽀얀 속살.
바람이 갈지자걸음을 부추기고, 유황 냄새는 콧구멍에 정확히 진격한다. 나카다케 분화구의 뽀얀 속살.

한여름인데 약 26도. 아소산 일대에서 차 문을 열자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체감 온도다. 풀 내음이 코끝을 간질인다. 한기 어린 바람이 몸 구석구석을 파고든다. 아소산 일대는 드라이브의 황홀경이다. 차도 신나고 몸도 신난다. 플라타너스 그늘 아래 소나무의 의기가 하늘로 뻗는다. 나카다케 분화구 이후 이어지는 파노라마라인(panorama line)과 밀크로드(milk road)는 아예 연둣빛 카펫을 가르며 달리는 기분이다. 차 시동을 껐다 켰다 바빠지는데, 카메라에 그 풍경을 담을 길 없어 좌절감도 맛본다. 활화산인 나카다케 분화구로의 트레킹, 아기 피부로 복귀하는 야외 온천욕, 그리고 소박한 마을 산책과 시장 구경은 드라이브의 빈 자리를 꽉꽉 채운다. 초록을 몸과 마음에 두른다. 아, 이곳에 있어 참 좋다.

취향에 따라 옵션 찾기, 아소산~후쿠오카

“오이사! 오이사!” 그들의 합동 구호는 녹초가 되는 15일간 축제의 생명수. 후쿠오카의 ‘하카타 기온 야마카사’ 축제 중.
“오이사! 오이사!” 그들의 합동 구호는 녹초가 되는 15일간 축제의 생명수. 후쿠오카의 ‘하카타 기온 야마카사’ 축제 중.
걱정 0%의 평온함을 안착한 난조인 절의 열반상. 인적이 드물어 명상하기에도 명당자리.
걱정 0%의 평온함을 안착한 난조인 절의 열반상. 인적이 드물어 명상하기에도 명당자리.
123m 후쿠오카 타워에서 기다리는 낙조. 세상을 금빛으로 물들였다가 산 너머로 숨어버린다.
123m 후쿠오카 타워에서 기다리는 낙조. 세상을 금빛으로 물들였다가 산 너머로 숨어버린다.

후쿠오카로의 여행은 다시 구마모토부터다. 역 근처에서 렌터카를 반납하고 후쿠오카행 기차에 박력 있게 탑승했다. 직행하는 신칸센 대신 환승의 불편을 감내하며 로컬 기차를 선택했다. 후쿠오카는 취향에 따라 다채로운 옵션 여행이 가능하다. 매해 7월이면 엉덩이의 반란이 펼쳐진다. 1241년으로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는 ‘하카타 기온 야마카사(博多祇園山笠)다. 1톤이 넘는 야마카사(신을 모신 가마)를 어깨에 짊어지고 거리를 활보하는 게 축제의 꽃이다. 규슈 지방표 마초의 성깔이 제대로 발휘된다. 축제가 아니더라도, 미식과 쇼핑 테마 여행은 다리 힘을 모조리 풀어버린다. 시 외곽으로 외도도 좋다. 합격을 염원하는 다자이후(太宰府)와 41m 길이의 와불상이 미소 짓는 난조인 절(남장원, 南蔵院)은 쉬엄쉬엄 반나절 코스다. 취향이야 어쨌든 해 질 무렵엔 서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모모치 해변에서의 캔맥주 한 잔, 캬~ 후쿠오카 타워에서의 360도 파노라마, 와우! 부서진 마음도 다시 회복되는 중이다.

강미승 칼럼니스트 frideameetssomeone@gmail.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