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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화의 건강사회] 극단의 시대를 넘으려면

입력
2018.08.05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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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위에 군림한 대통령들의 절대권력

대통령과 국회의 견제와 균형이 중요

의회주의자 문희상 국회의장에 기대 커

민주주의는 완전한 정치체제가 아니라 불완전성을 최소화하는 정체라고 한다. 제도 자체가 어차피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제도를 운영하는 인간의 한계를 생각한다면 완전한 제도라는 믿음보다 불완전성을 최소화하려는 것이 공동체를 운영하는 원칙에 적절한 것이다. 식민지 독재를 경험한 미국이 제헌헌법을 만들 때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이 대통령 권한에 대한 견제로써 의회권력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였다고 한다. 이후 미국은 대통령중심제를 유지하면서도 강한 의회주의를 견지하여 민주주의의 좋은 역사적 사례를 만들어왔다. 원로정치학자인 최장집 교수도 미국 헌법에서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핵심제도는 대통령이 아닌 입법부인 의회이며, 대통령과 의회가 서로 역동적인 상호관계를 통해 균형과 조화를 이뤄나갈 때 민주주의가 활성화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이런 역사적 교훈들과 정치의 상식, 민주주의의 원칙이 한국사회에서 잘 지켜져 왔는지는 의심스럽다. 1948년 제헌국회 이후 민주적 선거조차 없었던 군부정권은 말할 것도 없지만 1987년 민주항쟁이후 민주적 절차로 선출된 대통령조차 절대권력으로써 국회 위에 군림하면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였다. 검찰과 경찰은 물론 국세청, 국정원 등 비선출직 공권력을 독점하면서 압도적 우위의 자의적 권력행사의 가능성을 열어놓았고, 국회는 통법부로, 국회의원은 거수기라는 수치스런 명칭으로 치부되는 것이 당연시되었다. 집권여당의 무조건적 순응과 야당의 무조건적 반대가 충돌하면서 국회 내에서 조차 대화와 타협의 정치, 균형과 조화의 정치는 사라져버렸다.

민주주의와 헌법의 가치를 따르는 국민의 성숙함이 돋보이던 시기에 국회의장을 역임했던 필자의 경험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법적 절차를 무시하면서 법안통과를 강요받는 건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고, 생산적 국회를 만들려는 의지와 노력은 번번히 청와대 문턱에서 좌절되었다. 필자는 대의민주주의 국가의 국회의장으로서 이러한 대통령제의 맹점을 보완하는 개헌의 필요성을 누누이 강조해왔고, 또한 의회권력을 정립하여 통법부라는 불명예를 막기위해 최선을 다했다. 대통령과 의회의 견제와 균형이 적절히 유지될 때야 비로소 상생의 정치가 가능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분권과 조화가 가능해야 균형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고 역설하기도 하였다.

21세기 새로운 문명의 시대에서도 보수와 진보의 철지난 이분법적 진영논리가 지배하는 것은, 그리고 포퓰리즘적 선동에 의해 국가운영과 정책이 결정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모든 제도, 특히 대통령과 의회, 중앙과 지방의 권력이 상호 균형과 조화를 이루도록 견제하고 협력할 때만이 대한민국 미래의 문을 활짝 열 수 있다.

중용의 정치를 위해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은 전직 대통령과 일부 권력남용자들의 인적 청산을 넘어서야 한다. 인적 청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잘못된 인적 운용이 가능하도록 방치했던’ 낡은 제도, 비민주적 조직문화를 청산하는 것이어야 한다. 새로운 국민에 맞는 새로운 옷을 입어야 하는 것이다. 국민은 새롭게 태어났지만 여전히 우리의 제도는 30년전 헌법과 정치제도에 묶여있다. 국민적 대통합과 화합을 위해서라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안정속의 변화로 만들어가기 위해서라도, 민주주의가 우리의 삶 속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라도 균형과 조화를 통한 중용의 정치를 만들어 가야 한다.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으로 문희상 의원이 선출된 것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문희상 의원은 대통령과 의회의 균형과 조화, 여당과 야당의 대화와 타협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알고 계신 중용의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1년을 지켜보면서 균형과 조화가 점차 약해지는 느낌에 불안했는데, 문희상 국회의장이 견제와 균형, 대화와 타협으로 개헌과 지방분권의 난제를 풀어가는 상생의 정치를 열어가고, 이를 기반으로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고 민주주의가 정착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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