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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경의 반려배려] 노견을 기르는 사람들을 위한 위로

입력
2018.03.06 18:08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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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 반려견 케일리는 나이가 들었지만 미소는 잃지 않는 주인공으로 ‘노견 만세’에 소개됐다. 책공장더불어 제공
열네 살 반려견 케일리는 나이가 들었지만 미소는 잃지 않는 주인공으로 ‘노견 만세’에 소개됐다. 책공장더불어 제공

요새 주변에서 반려견이 아프다는 소식을 많이 듣는다. 아무래도 반려견을 오래 키운 사람들이 많다 보니 어느덧 반려견들이 ‘노령견’에 접어들었기 때문일 게다. 한 친구는 올해 열한 살이 된 반려견의 방광에서 종양이 발견돼 최장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고, 또 다른 친구는 열 살 반려견의 항문에 종양이 생겼다고 했다. 두 반려견의 나이는 사람으로 치면 예순에서 일흔 가량이다. 예전 반려견들의 수명보다는 늘어난 것이지만 그렇다고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언젠가 모든 생명이 죽음을 맞이한다는 거는 알고 있다. 더구나 반려동물의 수명은 인간보다 짧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나랑 같이 사는 동물에게 이 같은 상황이 닥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그 상황을 잘 아는지라 섣불리 친구들을 위로하기도 어려웠다.

반려견 꿀꿀이는 만 열다섯 살이다. 주변에서는 이제 살 만큼 살았다고 언제 무지개다리를 건너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라고 말한다. 그래도 열일곱, 열여덟 살까지 사는 개들이 떠오르며 좀 더 살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얼마 전에는 치매일지도 모른다는 소견에 인지장애 테스트를 받았다. 다행히도 아직 치매 단계는 아닌 것 같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멍하니 부엌이나 빈 방을 바라보거나 예전에는 하지 않던 배변 실수를 종종 한다. 꿀꿀이가 나이 들어가고 있다고 여러 신호를 보내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별의 준비는 여전히 못하고 있다.

나이든 개와 사는 사람들을 위한 위로는 국내나 해외 모두 필요한가 보다. 특집 보도 부문에서 퓰리처 상을 받은 기자와 사진기자가 노견과 함께 사는 가족 600여 집을 방문해 이 가운데 60 가족을 추려 짧은 반려견 이야기와 사진을 담은 ‘노견 만세’라는 책이 최근 국내에 나왔다. 원제는 ‘나이든 개들이 최고의 개들(OLD DOGS are the best dogs)’이다.

책에는 개들은 자신들이 노쇠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해한다고 했다. 또 강아지가 노견이 될 때까지, 반려견이 나이 먹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자신의 삶의 축소판을 지켜보는 일이며 우리도 언젠가 분명히 그날을 맞이하게 되며, 삶의 의미는 그것이 끝나는 데 있다고 적었다.

잠도 많이 자고, 털도 희박해지고, 저벅저벅 걷고, 조금도 참지 못하고 밥 달라고 우렁차게 짖는 꿀꿀이를 보면서 “우리도 더 나이 들면 저렇게 된다”고 말했던 게 떠올랐다. 언제부터인지 꿀꿀이가 나보다 더 빨리 나이가 들고 있음을 느끼기 시작한 이후부터 꿀꿀이에게 더 많이 사랑을 표현하고, 함께 있는 시간을 늘리려고 애쓴다. 다른 건 몰라도 자신을 얼마나 예뻐하는지, 사랑하는지 아는 건 분명한 것 같다.

친구는 예전에는 반려견이 나이 들어 죽으면 어쩌지 하고 걱정했는데 이젠 아프지 않고 그냥 오래 살다 죽기만을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꿀꿀이가 최장수 시츄가 되길 바라는 걸 보면 반려인들의 욕심은 끝이 없는 셈이다. 중요한 것은 남은 시간이 얼마이든, 슬픔에 빠져 우왕좌왕하기보다 더 많이 사랑하고 아껴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 아닐까. 이는 나에게 보내는 다짐이기도 하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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