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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의 멍멍, 꿀꿀, 어흥]개고기를 둘러싼 몇가지 오해들

입력
2017.07.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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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의 멍멍, 꿀꿀, 어흥]

개 농장주들은 식용 개들에게 음식물쓰레기와 축산폐기물을 먹이로 공급하고 이 때문에 질병에 걸리면 항생제와 각종 약물을 임의로 투여한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유튜브 영상 캡처
개 농장주들은 식용 개들에게 음식물쓰레기와 축산폐기물을 먹이로 공급하고 이 때문에 질병에 걸리면 항생제와 각종 약물을 임의로 투여한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유튜브 영상 캡처

매년 식용으로 도살되는 개 250만마리, 반려동물을 키우는 한국인은 1,000만명. 정부는 이 숫자에서 보여주듯 점점 커지는 괴리감과 사회적 갈등을 방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개고기를 둘러싼 몇 가지 오해를 정리한다.

첫째, 개고기는 정말 보신 효과가 있을까. 개 농장에서 기르는 식용 개들은 음식물쓰레기와 축산폐기물을 먹이로 공급받는다. 농장주들은 개들이 썩은 음식물과 다른 동물의 사체를 먹고 질병에 걸리면 항생제와 각종 약물을 임의로 투여한다. 배설물로 오염된 비좁은 뜬장에 갇힌 개들은 신선한 물조차 공급받지 못한 채 이루 말할 수 없는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이런 동물을 먹는 것이 과연 보신일까.

둘째, 식용 개가 따로 있을까. 길을 잃거나 주인이 버린 반려견, 강아지 공장에서 출산율이 떨어진 개들, 경매장에서 팔리지 못한 강아지들도 식용이 된다. 골든리트리버, 시베리안허스키, 코커스패니얼 등이 고기가 되어 밥상에 오르는 것이다.

셋째, 개고기 산업은 합법인가. 개고기는 최소 다섯 가지 법을 어기고 있다. 개는 축산물위생관리법에서 식육으로 유통이 가능한 가축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식용으로 개를 도살하는 것은 축산물위생관리법상 위법이다. 당연히 동물보호법, 사료관리법, 폐기물관리법 또한 위반하고 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에 따르면 환경부는 개 농장주들의 음식물쓰레기처리업 신고를 받아주고 있다. 정부의 용인 아래 개 농장주들이 개들에게 음식물쓰레기를 먹인 것이다. 또 개고기는 아무런 위생 검사도 받지 않은 채 유통되기 때문에 식품위생법에도 위반된다.

넷째, 개고기를 먹는 것이 한민족의 고유문화인가.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 궁여지책으로 개를 먹은 적이 있으나 한민족은 오랜 세월 개를 신령한 동물, 의리를 지키는 동물, 영혼을 천국으로 인도하고 악귀를 물리치는 존재로 여겼다. 십이지신의 하나로 왕릉을 지키는 수호신이었다. 그래서 불교와 동학에서도 개를 먹는 것을 금했다.

모든 문화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하면서 인류의 많은 악습이 폐기됐다. 중국은 상어지느러미 요리인 샥스핀이 전통 요리지만 상어 멸종을 막기 위해 공식연회에서 금지했다.

식용 개 농장에서 구조된 개들 중 일부는 해외로 입양돼 반려견으로 살아가고 있다. HSI 제공
식용 개 농장에서 구조된 개들 중 일부는 해외로 입양돼 반려견으로 살아가고 있다. HSI 제공

이 글을 보고 “개만 불쌍하냐. 소, 돼지, 닭은 왜 먹나”라는 반박이 나올 것이 뻔해서 미리 말하건대 나는 모두 먹지 않는다. 공장식 축산농장에서 사육되는 돼지, 닭, 소의 삶이 너무 처참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인류의 건강과 지구를 위해서도 육식을 하지 않는 것이 백만 번 이롭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모두가 지금 당장 육식을 중단할 수 없다면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부터 먹지 않는 것이 상식적인 선택이다. 나는 ‘가족’을 먹는 잔인한 모순을 어린이들에게 뭐라고 설명할 길이 없다.

황윤 영화감독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개 식용 종식을 위한 국제컨퍼런스 자료집’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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