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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언 칼럼] 왜 정권은 매번 실패하는가

입력
2017.05.1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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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정권 실패과정 판박이처럼 비슷해

대선자금 권력사유화 독선ㆍ오만이 문제

분권형 개헌 검찰독립 등 제도개선 필요

이른바 ‘87체제 이후 모든 단임 정권이 예외 없이 말로가 안 좋았다. 즉 모두 실패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놀랍게도 모든 정권의 실패 과정이 판박이처럼 비슷했다. 한 두 번도 아니고 모두가 그렇다면, 이건 우연이 아니다. 뭔가 구조적인 요인이 있다는 뜻이다. 요약하면 이렇다. 모든 정권은 집권과정에서 모든 문제를 잉태한다. 그리하여 집권 한 후에 그 문제들을 출산한다. 그런데 그 집권과정이 유사하다. 따라서 출산하는 문제들도 유사하다.

첫째, 집권과정에서 잉태되는 문제의 핵심은 대선자금이다. 대선자금의 규모는 계속 줄어들었지만, 늘 법의 범위를 초과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위험한 대선자금은 친인척이 관리하게 된다. 대선과정에서 그 친인척 주변으로 돈과 사람이 몰리고, 그 사람은 자연스럽게 실세가 된다. 그리고 집권 후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이 된다. 주변 인사들은 그의 곁에서 호가호위 하며 낙하산 인사의 원인이 되고 국정농단의 주역들이 된다.

또 다른 구조적인 요인 중 하나는 지도자의 권력관이다. 민주국가에서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은 권력을 직접 행사할 수 없기에 선거를 통해 대통령, 국회의원 등을 뽑고 그들에게 권력을 위임한다. 그냥 위임하는 건 아니고 법을 통해 위임한다. 대통령은 법에 근거해 권력을 행사한다. 이것이 법치주의다. 그래서 권력은 공공재(public goods)다. 그런데 우리 지도자들은 권력을 사유물(private goods)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 대표적인 게 인사권 행사다. 능력에 따라 적재적소에 인사하기보다는 인연에 얽매인 자기 사람 심기가 횡행한다. 심지어 청와대가 장관의 인사권을 무시하고 정부 부처의 인사까지 주무른다. 노무현 정부 이전에는 청와대에 인사수석비서관이라는 자리가 존재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거꾸로 간 것이다. 대통령의 권한이 법에 근거하듯이 장관의 권한도 그렇다. 따라서 대통령의 장관 인사권 침해는 엄밀히 말해 위헌이고 위법이다. ‘너는 내가 임명했으니 네 권한은 내 권한’이라는 식으로 권력을 사유물로 인식하는 것은 절대왕조식 사고다. 우리나라가 군정 종식은 이미 했으나, 아직 왕정 종식이 완전히 안 되고 있다는 증거다.

마지막으로, 대선 방정식의 전 세계적인 대세는 ‘중간층 잡기’다. 대권을 얻으려면 좌는 우클릭, 우는 좌클릭해야 한다. 이명박은 ‘중도실용’을, 박근혜는 ‘경제 민주화’를 내걸었다. 그런데 문제는 집권 후에 벌어진다. 어떤 정권이든 집권 후에는 중도를 떠나 좌든 우든 자기 길을 고집한다. 그러다가 도중에 레임덕을 만나 무기력한 정권으로 전락하고 만다.

우리 정치의 흑역사를 만들었던 정치자금 문제, 권력의 사유화, 지도자의 오만과 독선 이 세가지 문제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 첫째, 우리도 정치 선진국처럼 정치자금의 한도를 없애야 한다. 물론 투명성의 강화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정당 후원회 제도를 부활시켜야 한다. 현행 제도로는 상대적으로 재력이 풍부한 사람과 정당 경쟁력이 부당하게 높아진다. 당초의 법 취지와는 달리 정치자금의 한도와 정치 현실과의 괴리가 더욱 커지면서 정치인들은 늘 전전긍긍 수사당국의 눈치를 보면서 점점 자율성마저 잃어가고 있다.

둘째, 우선 시급한 일은 각 부처 장관이 청와대에 빼앗긴 인사권을 돌려받아야 한다. 또한 우리 국민 상당수는 여전히 대통령을 군주로 생각하는 경향이 남아 있다. 권력의 사유화는 우리 국민의 이러한 의식 수준에서 기인한 면이 적지 않다. 왕정 종식을 제도적으로 확보하는 길은 역시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 등으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는 것이다.

셋째, 지도자가 오만해지고 독선에 빠지는 것은 권력의 횡포가 가능한 힘을 가지고 있어서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 그 힘의 원천이 군사력이었다면, 민주화가 진행된 이후 그것은 바로 검찰 권력과 공천권 등이다. 권력이 이 둘을 손에 쥐고 있는 한 여야 모두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이것들을 권력에서 분리 독립시켜야 한다.

정두언 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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