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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상 칼럼] 경제는 망칠 건가

입력
2016.10.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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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사태로 인해 나라가 혼란에 빠졌다. 최고권력의 비선 실세가 국정을 농단하여 국가운영체제를 흔들고 있다. 이 와중에 경제정책 최고책임자인 유일호 부총리가 경제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유 부총리는 경제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정책에 대한 자신의 철학이 없다. 경제위기에 대한 의식이 지나치게 안일하여 모든 사안을 임기응변으로 대하고 있다. 더구나 경제개혁과 미래산업발전에 대한 청사진이 없다. 경제를 살린다는 사명감도 부족하다. 정책 혼선과 무력함에 대해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자 유일호 부총리는 경제장관회의를 매주 열고 경제현안에 대해 해법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제의 구조개혁과 경기회복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방안이 없는 상태에서 경제장관회의가 무슨 의미가 있나. 무엇보다도 최순실 사태에 휘말려 대통령이 국정 능력을 상실함으로써 경제정책추진의 동력이 꺼지고 있다. 한가롭게 회의만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유일호 경제팀은 우리 경제의 생사가 걸린 산업구조개혁을 사실상 망치고 있다. 지난 50년간 우리 경제는 철강 조선 석유화학 전자 등의 산업으로 살았다. 그러나 이런 주력산업들이 노쇠하여 수명을 다했다. 더구나 산업발전을 이끌던 재벌기업들이 정경유착 비리와 족벌세습으로 병이 들었다. 중국기업들이 새로운 기술로 무장하여 인해전술 식으로 공격하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다.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 부실기업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산업발전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절박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일호 경제팀은 무력감만 드러낸다. 조선과 해운산업의 부도가 긴박하게 돌아가도 자구 노력을 하면 자금을 지원해준다는 무책임한 대책을 내놓고 기업들의 조치만 기다리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국민의 혈세를 퍼부은 정경유착 비리와 부패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다. 부실기업들이 앞을 다투어 경제를 안고 쓰러지는데 강 건너 불처럼 방관하고 있다.

유일호 경제팀은 부동산과 가계부채에 대해서도 실책을 범하고 있다. 유일호 경제팀은 부동산시장을 살려 경기를 회복한다는 최경환 전 경제팀의 정책을 이어받았다. 분양권 전매허용, 대출규제 완화, 기준금리 인하 등의 기조를 유지하며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을 계속 폈다. 그러자 서울 강남지역 등 주요지역 부동산 시장이 투기판으로 바뀌었다. 경제는 살아나지 않고 부동산 시장만 투기거품에 들떴다. 그 결과 경제가 부동산가격이 하락하면 가계부채가 폭발하는 자기 파괴적인 위험을 잉태했다. 상황이 심각하자 유일호 경제팀은 8ㆍ25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았다. 주요 내용이 주택공급물량을 줄이는 것이었다. 이 대책은 거꾸로 아파트 가격을 급격히 올려 부동산 투기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초래했다. 부동산 투기 열풍이 다시 치솟자 유일호 경제팀은 지난주 강남 재건축시장을 표적으로 하여 단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정책을 제시했다. 거품이 꺼지면 감당을 못한다는 공포에 질려 경제위기의 뇌관인 부동산투기 억제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우리 경제에 시간이 없다. 시한폭탄의 시곗바늘이 빠른 속도로 돌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국가권력이 공백 상태인 정치위기를 맞아 국정이 표류하고 있다. 청와대와 내각의 전면 개편과 함께 경제부총리를 자신의 철학과 소신을 갖추고 정치력을 가진 인사로 바꿔야 한다. 그리하여 새 부총리가 경제팀을 다시 구성하여 살신성인의 각오로 개혁정책을 펴야 한다.

중요한 사실은 수술해야 할 환자에 마약을 투약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는 산업기반이 와해하는 붕괴위기에 처했다. 따라서 부동산 투기를 부양하여 경제를 살린다는 것은 스스로 경제붕괴를 재촉하는 일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새 경제부총리는 부실산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는 데 앞장 서야 한다. 또 재벌기업을 개혁하고 중소기업을 살려야 한다. 동시에 부동산 투기를 척결하고 자금흐름을 기업의 창업과 투자로 유도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일자리 창출과 가계부채 해소 등 민생 살리기에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한다. 그리하여 국민이 불안을 씻고 일터로 나가 의연하게 경제를 일으키게 만들어야 한다.

이필상 서울대 겸임교수ㆍ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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