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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 재미없는 대회? 그래도 축구는 '마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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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 재미없는 대회? 그래도 축구는 '마법'이 된다

입력
2016.07.12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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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2016이 끝나자마자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린 ‘U-19 유로’(2017년 U-20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 개막전을 봤다. U-19 유로가 나의 관심을 끄는 가장 큰 이유는 상위 5팀이 내년 한국에서 열릴 U-20 월드컵에 출전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뛸 미래의 스타들을 미리 보고 싶었다.

이번 대회 개막전은 ‘형들의 유로’에서도 명승부를 펼쳤던 독일과 이탈리아의 대결이었다.

VFB 슈투트가르트의 홈구장 메르세데스 벤츠 아레나에서 벌어진 경기에 5만4,000명이 들어차 매진이었다. U-19 경기에도 이렇게 많은 관중이 오는 걸 보니 정말 부러웠다. 우리나라도 많은 팬들이 운동장을 찾을 수 있도록 내년 U-20 월드컵을 잘 준비했으면 좋겠다. 나 역시 왠지 모를 책임감이 느껴졌다.

독일과 이탈리아의 U-19 유로 개막전이 열린 슈투트가르트 메르세데스 벤츠 아레나. 5만 명이 넘는 관중이 들어와 매진이었다. 차두리 제공
독일과 이탈리아의 U-19 유로 개막전이 열린 슈투트가르트 메르세데스 벤츠 아레나. 5만 명이 넘는 관중이 들어와 매진이었다. 차두리 제공

두 팀의 개막전을 보며 신기한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열아홉 선수들의 경기가 성인대표팀과 똑같았다. 이탈리아 국가대표팀이 스리백을 쓰고 U-19 팀은 포백을 쓰는 것을 빼고는 전략, 전술 심지어 벤치에서 여기저기 뛰어 다니면서 지시하는 감독의 모습까지 너무 흡사했다.

나는 베르너 그레고리취(58) 오스트리아 U-21 대표팀 감독과 함께 관전했다. 같은 조에 속한 독일과 이탈리아의 정보를 얻기 위해 왔다는 그는 경기 내내 ‘차붐’ 이야기를 했다. “너희 아빠가 최고였다”고 하는데 사실 아버지 연령대의 분들에게 이런 말을 듣는 것은 새롭지 않다. 예전에는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을 만큼 익숙하다.

우리 둘은 “이탈리아 선수들은 수비하는 방법을 몸 속에 갖고 태어나는 것 같다”고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만큼 이탈리아의 수비 조직력은 놀라웠다. 90분 동안 자신의 포지션을 지키면서 누구 하나 튀는 플레이를 하지 않고 철저하게 전술적 틀 안에서 움직였다. 반면 독일은 큰 형(대표팀)들이 유로에서 했던 것처럼 경기를 지배하며 많은 찬스를 만들었다. 결과는 이탈리아의 1-0 승. 후반 35분 이탈리아의 페널티킥이 결승골이 됐다.

경기가 끝난 뒤 독일축구협회 친구들과 마르쿠스 소르크(51) 독일대표팀 코치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소르크는 내가 예전에 프라이부르크에서 뛸 때 당시 구단의 U-19 팀을 맡았고 지금은 요하임 뢰브(62) 국가대표 감독 아래서 코치를 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90분 동안 유효 슈팅이 단 2개였다. 첫 번째는 페널티킥을 만들어낸 슈팅, 두 번째가 페널티킥 슈팅이었다. 다시 말해 페널티킥 장면만 빼면 유효 슈팅이 없었다.

이처럼 수비 지향적인 유로 2016의 전술적 트렌드가 U-19 대회에서도 이어지고 있었다.

유럽에서는 “유로가 끝나 다행이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그만큼 경기가 지루했다는 의미다. 많은 전문가와 팬들이 크게 실망했다. 나 역시도 팀들이 너무 수비적인 경기를 하면서 팬들이 원하는 축구를 보여주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 참가 팀이 16개에서 24개로 늘어나 유로에 나올 수 없었던 국가들을 볼 수 있게 된 건 긍정적이다. 하지만 실력 차가 커서 경기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지난 시즌 소속 팀에서 많은 경기를 소화한 스타 선수들이 유로의 참가 팀이 늘어나 경기 수가 많아지면서 정상 컨디션을 찾지 못한 점도 경기력 하락의 원인이다.

아이슬란드가 유로 2016 16강에서 잉글랜드를 꺾은 뒤 응원을 온 팬들과 세리머니하는 모습. 이번 대회는 아이슬란드와 같은 축구변방국들이 참가해 재미를 더했지만 반면 경기력 하락과 수비 위주 축구가 펼쳐졌다는 비판도 받았다. 유로 2016 제공
아이슬란드가 유로 2016 16강에서 잉글랜드를 꺾은 뒤 응원을 온 팬들과 세리머니하는 모습. 이번 대회는 아이슬란드와 같은 축구변방국들이 참가해 재미를 더했지만 반면 경기력 하락과 수비 위주 축구가 펼쳐졌다는 비판도 받았다. 유로 2016 제공

크로아티아-포르투갈(0-1), 이탈리아-스페인(2-0), 독일-프랑스(0-2), 프랑스-포르투갈(0-1) 등 유로 2016에서 주도권을 쥐고 볼 점유율을 높게 가져간 팀이 승리한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특히 토너먼트에서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 과연 이 흐름이 앞으로 계속 이어질 지는 곧 개막할 유럽 프로축구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러시아 월드컵 예선을 봐야 할 것 같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타깃형 스트라이커의 부활이다.

펩 과르디올라(45) 맨체스터 시티 감독이 예전 FC바르셀로나 사령탑 시절 유행시켰던 ‘가짜 9번’(전형적인 스트라이커가 아닌 키는 크지 않지만 패스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스트라이커)은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그라지아노 펠레(31ㆍ이탈리아), 올리비에 지루(30ㆍ프랑스), 마리오 고메즈(31ㆍ독일),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28ㆍ폴란드) 그리고 심지어 스페인마저도 알바로 모라타(24)와 같은 타깃형 스트라이커를 활용했다.

그러나 위에 말한 모든 것은 단순히 이번 대회의 성향일 수도 있다. 이 흐름은 언제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른다. 그만큼 선수도 감독도 현대 축구의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잠시 안주하는 순간 그 나라는 월드컵이나 유로 같은 큰 대회에서 성적을 내기가 점점 더 힘들어 질 것이다.

모든 팀들은 정보와 데이터로 상대를 분석한다. U-19 유로에서도 각 팀에서 많게는 10명의 사람이 나와 비디오를 찍고 상대를 분석하는 모습을 봤다. 한국 축구도 더 발전하고 월드컵이나 아시안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면 미리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유로 2016 최후의 승자는 포르투갈이었다. 포르투갈의 호날두(왼쪽)가 홈 팬들 앞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며 기뻐하고 있다. 유로 2016 페이스북
유로 2016 최후의 승자는 포르투갈이었다. 포르투갈의 호날두(왼쪽)가 홈 팬들 앞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며 기뻐하고 있다. 유로 2016 페이스북

마지막으로 유로 2016에서 재미있었던 한 가지.

모든 징크스가 깨졌다는 점이다.

이탈리아는 16강에서 그 동안 번번이 지기만 했던 스페인을 이겼다. 그러나 8강에서 독일에 졌다. 그 전까지 이탈리아가 독일을 상대로 메이저 대회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았던 기록이 멈췄다. 독일 역시 준결승에서 프랑스에 발목이 잡혔다. 독일이 월드컵이나 유로에서 프랑스에 무릎 꿇은 건 처음이었다. 그렇다면 프랑스를 가장 무서워하던 팀이 어디였을까. 바로 포르투갈이었다. 이 징크스도 결승에서 깨졌다.

유로 2016이 한 달 간의 레이스를 끝마쳤다. 유로 2016 페이스북
유로 2016이 한 달 간의 레이스를 끝마쳤다. 유로 2016 페이스북

유로 2016에 대한 평가와 생각은 각자 다를 것이다.

나는 이번 칼럼을 통해 축구를 잘 모르는 분들도 각 팀들이 어떤 전략으로 임하는지 쉽게 전하고자 했다. 감독, 선수들의 생각도 공유하고 싶었다. 축구가 재미있는 건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기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ㆍ포르투갈)와 리오넬 메시(29ㆍ아르헨티나) 중 누가 최고인가’ ‘포르투갈이 우승할 자격이 있느냐’ ‘점유율 축구가 옳은가 수비 지향적인 축구가 옳은가’ 등등.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며 하나가 될 수 있는 게 축구의 매력이다.

※ 부족한 제 칼럼을 읽어 주시고 관심 가져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많이 공부해서 더 유익한 정보를 드릴 수 있도록 준비 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슈투트가르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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