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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칼럼] ‘의가족(義家族)’의 장한 꿈

입력
2014.11.14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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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또 같이’ 살아가야 할 1인가구

12월 5일 3대가 맺은 ‘가족’ 출범식

선의를 살리는 치밀한 프로그램 필요

우리나라 국민 중 1인가구는 전체 가구 수의 25%인 500만을 넘는다. 2020년이면 588만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1인가구의 증가는 정부의 주택정책과 기업의 생산활동은 물론 국민의 생활양식과 의식구조, 사회상의 변화를 부추기고 있다. 공동체와 공동체정신은 약해지고 국민의 파편화, 타인에 대한 무관심, 대중의 소시민화가 가속된다.

1인가구 중에는 자발적으로 독립생활을 하거나 혼자 사는 데 아무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주거빈곤 근로빈곤 소득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소득이 최저생계비에도 미달되는 절대빈곤율은 다인가구가 10.1%인 반면 1인가구는 41.4%로 4배 이상 높다.

수치로 계산할 수 없는 정(情)빈곤은 더하다. 우리나라는 지금 1인가구에 대한 상품 판매전략은 포화상태인 반면 총 4,418개의 법령 가운데 ‘1인가구’로 검색되는 법령이 한 개도 없을 만큼 정작 그들에게 필요한 법적 제도적 배려가 부족하다. 빈곤에 더해 단절이 문제다.

1인가구의 비극으로는 고독사를 먼저 들 수 있다.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고독사는 이제 65세 이상 노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의원의 ‘한국의 고독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 878명 중 50대가 28.8%(253명)로 가장 많았고 65세 이상은 25.9%(228명)였다. 고독사 10명 중 3명이 50대라는 점이 놀랍다.

또 하나 중요한 1인가구 문제는 18세가 되어 보육시설에서 나와야 하는 이른바 자립청소년들이다. 연평균 800명 넘게 사회로 나오는 자립청소년들은 많아야 500만원의 자립 정착금을 받지만 그 돈으로 뭘 하기는 어렵고 일거에 탕진하기는 쉽다. 경제적 자립은 물론 정서적 자립도 힘들다. 법적 사회적 배려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다.

지난해 창립된 시민단체 한국1인가구연합이 ‘사회적 가족 만들기’를 하는 것도 이런 1인가구에 사회적 관계망을 만들어 연대감을 증진하자는 취지이다. 조부모세대 부모세대 또래세대, 이렇게 3대를 4인 이상의 가족으로 만들어 홀로서기를 도움으로써 ‘홀로 또 같이’, ‘따로 또 함께’ 우리 사회를 보다 살기 좋게 만들자는 것이다.

연합은 이를 위해 6개월 동안 부모, 조부모 세대가 돼줄 후원자들을 모집해왔다. 또 1인가구 자립청소년들과 만나 그들의 실상과 요구를 파악했다. 이를 바탕으로 12월 5일 사회적 가족 출범식을 한다. 변호사와 연합의 후원회원들이 자립청소년들과 사회적 가족을 이루어 법률적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떳떳하고 당당한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도록 도와주는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이 단체는 최근 1인가구를 위한 법률 지원센터도 열어 3대 빈곤문제를 다루는 상담과 법률 지원 등을 맡는 ‘법률 주치의’ 활동을 하고 있다. 매달 11일을 ‘1인가구 법률 지원의 날’로 정한 것은 11이 ‘홀로 또 같이’의 표상으로 삼을 만한 숫자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가족, 이른바 소셜 팸(Social family의 약칭)은 우리말로 의가족(義家族)이라 할 수 있다. 의(義)라는 글자는 뜻이 좋다. 羊(양)과 我(아)로 구성된 義는 다른 이들에게 양고기를 먼저 먹이고 나는 나중에 먹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게 바로 공동선을 지향하는 자세이며 사회적 가족이 갖춰야 할 덕목이다. 의부 의붓자식 등에 관련된 사건이 많아 인식이 나빠진 점도 있지만 본래의 의미를 되살려야 한다.

그러나 선의나 호의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인간관계는 매사 뜻대로 영위되는 게 아니다. ‘가족’으로서 서로 보살피고 이끌어가는 치밀한 노력과 프로그램, 한결같은 관심과 정성이 필요하다. 출범이 곧 성공은 아니며 맡은 일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任重道遠·임중도원). 지치지 말아야 한다.

논설고문·한국1인가구연합 이사장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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